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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카와 리마코 <바닷가 아틀리에> 북뱅크

flymint 2023. 1. 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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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입니다.

하지만 이건 제 것입니다.

 

생일선물로 받았거든요.

 

동화책을 선물로 준 이는 제가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즐겨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많이 사고 또 많이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제게 없는 책을 저 몰래 사주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동화책을 4권 받았습니다. 순식간에 다 읽어내려갔어요.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들을 골랐어?'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이 갖고 싶었던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네 그 친구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늘 생일이면 책을 사줍니다. 어떤 책을 좋아하고 읽는지 이젠 어느 정도 아는 사이가 되었거든요.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는 사람이라니... 좀 로맨틱하지 않나요? 제가 책을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생각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줄 게 있다면서 느지막히 건낸 책 사이에 이 녀석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림책이 좋은 이유가 뭔지 아세요?

 

첫번째, 예쁜 그림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지는 않지만, 가끔 그림도 그립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엄청 부러워해서 저희 딸이라도 그림을 잘 그렸으면 했는데, 일단 저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저는 보고 똑같이 그리는 행동은 할 수 있지만, 상상해서 그리거나 본 것을 생각해서 그리는 행위는 젬병입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렇지 않더군요.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 행복감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정말 다 가질 순 없더군요. 저는 그림은 잘 못그리지만 노래를 잘 했는데, 제 딸아이는 노래보다는 그림인 것 같아요.) 아무튼 제가 너무나 원했던 그림 그리는 재능을 가진 딸아이라 엄청 부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부디 오래오래 그림을 즐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렇듯 미술을 좋아하는 엄마라서, 아이와 함께 미술관 나들이도 즐기는 편입니다. 제가 사는 곳이 지방이라 서울만큼 즐길거리가 다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에 자주 갈 수 없다면, 집에서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는 방법. 그림책을 보면 되지요. 세계적인 화가들의 도록도 보지만, 글과 함께 그림을 볼 수 있는 그림책도 아주 좋은 눈호강 거리들입니다. 저희집엔 그림책이 많아요. 아이가 어리다보니, 전집으로 사들인 것도 많지만, 서점에 가서 아이가 고른 동화책, 그림책을 지금도 사줍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해서, 서점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옆에서 가만히 있어야지 꼭 입을 다물어야지 다짐을 아무리 하고 허벅지를 스물세번쯤은 꼬집어야 아이가 고르는 책에 눈 찡그리지 않고 입 대지 않고 사줄 수 있습니다. 네 도를 닦는 중이에요.)

 

#바닷가아틀리에 는 그림이 시워하고 청량감을 주는 느낌이라서 좋습니다.

북스탠드에 세워놓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 아시죠?

 

 

 

 

 

 

 

 

 

두번째는 글이 적다는 것입니다.

네... 책읽기가 어려우신 분들도 도전해볼 수 있는 장르라는 이야기입니다. 동화책, 그림책이라고 하면 모두 어린이들을 위한 것 같겠지만, 그것은 전부 그대들의 착각. 전하고자 하는 말을 함축적으로 해 놓아서 오히려 어린이들이 읽었을 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그림책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부모님들은 우리들의 말로 해석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아이들의 몫이니, 그들이 생각하고 싶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도 좋을테지요. 참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저희는 국어를 배울 때 하나하나 해석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고 훈련했기 때문에,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즐기지를 못합니다.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을거야. 나만 그걸 몰라서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검색하고, 아! 그랬구나 이런 뜻이었어 확인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글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정답이 어디있겠습니까. 개개인의 해석이 다 맞는 것이지요.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유롭게 그림감상하고 그림책은 여러모로 고마운 책 장르입니다. 

 

 

 

세번째는 올 천연색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는 책 치고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작가님들에 따라 그림의 가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일러스트 하나만 사려고 해도(심지어 복사본인데도.....) 장당 꽤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떻습니까? 양면에 그림이 가득 들어차 있는데도, 저렴한 가격이잖아요. 아이도 보고 어른도 보고,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으니까 즐거운 시간도 가질 수 있고요. 

 

 

 

 

 

글.그림

 

호리카와 리마코

 

이 작품으로 제 31회 분카무라 뒤마고 문학상 수상

53회 고단샤 그림책상 수상

 

 

 

 

 

 

 

 

 

'뒤마고 문학상'에 대하여

레 뒤 마고(Les Deux Magots)는 프랑스 생제르맹에 위치한 카페로 19세기 말에 문을 열었으며, 한때 파리의 문학가와 지성인의 만남 장소로 명성을 얻었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카뮈와 헤밍웨이 그리고 조이스, 브레히트, 볼드윈, 생텍쥐페리, 피카소 등의 화가들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이 카페는 1933년부터 '레 뒤마고 문학상'을 제정, 정통 쿵쿠르 상에 대항하여 매년 신선하고 독창성 풍부한 프랑스 소설에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정신을 일본 기업 도큐분카무라가 계승하여 1990년부터 '분카무라 뒤마고 문학상'을 제정하였으며, 1년 임기의 심사 위원 한 사람을 위촉하여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2021년 제 31회 1인 심사 위원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는 이 상에 더없이 어울리는 작품이라며 그림책으로는 처음으로 '바닷가 아틀리에'를 뽑았다.

 

 

 

바닷가 아틀리에의 작가님은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지만, 이 작품에 상을 준 #에쿠니가오리 는 또 우리 세대에 굉장히 핫했던 일본 여류작가 아니겠습니까. 저에게는 바나나와 에쿠니가 쌍벽을 이루는 시절이 이십대 초반에 있었습니다. 광적으로 일본소설을 탐독했던 시기가요. 그녀의 가벼운 책들이 그렇게도 좋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녀를 생각하면 저의 이십대가 함께 떠오릅니다. 그런 그녀가 그림책은 처음으로 이 책에게 상을 줬다니.. 더욱 더 기대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자 제발 진정하고, 기대하지 말고 천천히 읽자. 글을 보지 말고, 그림부터 천천히 보자. 그런 마음으로 처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잖아?
우리 모두 마음속은 자유로우니까.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책은 '자신이 자신이라는 것의 소중함 그리고 당연함'을 나직히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늘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타인의 행복과 행운을 질투하는 저에게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습니다. 

 

아이가 어떤 어른과 마주치냐에 따라 인생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저도 경험했던 일이었고, 중요성도 알고 있었지만, 살면서 꼭 기억하지는 않았던 이야기. 제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졌어요. 든든한 어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어른 말이에요.

 

 

 

 

 

 

 

 

 

 

줄거리를 최대한 배제한 체 책을 소개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저도 간결하게 줄거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화책의 줄거리를 써버리면 여러분이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읽어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적어도 2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라면 약간의 줄거리를 쓰더라도 뒷부분이 궁금할 수 있겠지만, 이 녀석은 워낙에 짧으니까요.  저의 감상과 평만으로도 한 번 쯤 보고 싶은 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새해 목표 중에 독서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진짜 강추해요!

짧고 굵지만 강력한 한 방이 있는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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