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정의
매년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표준어는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우리가 아는 발렌타인데이에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지요. 저도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에 초콜릿을 만들어 주는 게 의미있을 거라는 쓸데없는 데 꽂혀서 멀쩡한 초콜릿을 녹이고, 냄비와 유리그릇 등 못쓰게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냥 그 돈으로 더 맛있고 예쁜 초콜릿을 사면 좋았을 것을, 왜 꼭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야만 속이 풀리던 시절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돈 낭비, 시간 낭비 등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 행동이었죠. 그런 것을 당시에는 사랑이라고 불렀으니까요. 신랑도 맛없고 모양도 별로인 초콜릿 먹느라 참 힘들었을거에요. 요즘은 절대 안하는 행동입니다. 시판 초콜릿이 최고에요! 올해는 그마저도 준비를 안 했는데,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라도 다녀와야하나 걱정이군요. 뭐 한군데 예쁜 구석이 있어야 초콜릿도 사주죠. 예쁘질 않아서 원.... 그런데 이런 발렌타인데이가 원래는 초기 기독교 사제였던 '발렌티누스'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발렌티누스(Valentinus, 226~269)
발렌티노라고도 불리우며, 3세기 무렵 로마의 초대교회 순교자 가운데 한 사람.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라는 것 외에는 거의 알려진 사실이 없으며, 2월 14일 더블린에 그의 시신이 매장되었다고 한다.
아니, 그렇다면 알려지지도 않은 이 사람을 왜 기념하게 된 걸까요? 분명 이유가 있겠죠? 오늘 그 이유를 찾아내 봅시다.
발렌타인데이 역사
초콜릿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따르는 발렌타인데이의 풍습은 1936년 일본의 제과업체 광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맙소사 발렌타인데이에 남자한테 여자가 초콜릿 주는 것도 일본 문화의 잔재라니... 안 남아있는 게 없네요. 1960년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으로 사랑고백을 하라는 캠페인을 했던 것이 지금 우리의 발렌타인문화라니... 어쩐지 외국 영화같은 걸 보면 여자가 남자한테 주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초콜릿이나 선물을 교환하더라고요. 외국에서 시작된 문화가 우리한테 남으면서 요상하게 변했군요. 이것도 진화라고 해야할지. 퇴화라고 해야할지. 참.... 그래서 어른들은 이런 문화를 보고 상술에 속지 마라고 하시는 거였어요. 역시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게 귀에 들어오지를 않는 게 문제지만요. 꼭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죠 뭐. 저야 이제 성인이 되어 아이도 낳았으니 발렌타인데이같은 날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좀 특별해 보이나 봅니다. 집 앞 슈퍼마켓만 가더라도 휘황찬란하게 초콜릿 부스를 꾸며놓았더라고요. 모르던 사람들도 다 알겠어요.
안중근
1910년 2월 14일
사형을 선고 받다
1909년 10월 26일 일본인으로 가장, 하얼빈 역에 잠입한 안중근은 플랫폼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를 사살합니다. 다시 이토가 아닐 것을 대비해 주위 일본인에게도 총을 쏘았습니다. 처음 쏜 4발 중 3발이 이토를 맞혔다고 합니다. 러시아 검찰관의 예비 심문에서 한국의용병 참모중장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힙니다. 거사 동기에 대한 질문에서 이토가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며 동양 평화의 교란자이므로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지 안중근 개인의 자격으로 사살한 것이 아님을 밝혔습니다. 여러 차례의 재판에서 자신을 살인 피고가 아닌 전쟁포로로 취급해주길 주장하였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뤼순의 일본 감옥에서 이뤄진 1910년 2월 14일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하지만 일본이들이 안중근의 뼈를 어디에 묻었는지 감추었기 때문에 조국이 독립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2월 14일은 안중근의사 사형선고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기념일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일본의 잔재,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문화는 차치하고 서로를 위하는 날이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제가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모든 이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저 재미로 여기는 날에 너무 과한 액션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 역시도 연인과의 발렌타인을 즐겼으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일본 제과 업체에서 시작한 마케팅인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문화 대신 서로를 위한 날로 기념하자는 것입니다. 지금도 물어보네요. 제 딸아이가 "엄마 발렌타인은 남자가 여자한테 초콜릿을 주는 날이야? 그럼 아빠가 나한테 주겠네? " 이렇게요. 그럼 저는 "아니, 사랑하는 사람끼리 초콜릿을 교환하면 되는거지 남자, 여자 그런 건 상관없어"라고요. 그리고 한번 쯤은 꼭 생각하는거죠. 우리가 이런 세상을 살 수 있게 도와주신 안중근 의사를요. 그 분은 1910년 발렌타인데이에 사형을 선고 받았다고요. 그렇게, 기억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